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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라는

가장 익숙하고도

복잡한 휴식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마주한 가족에게 처음 건넨 말은 “잘 잤어?”라는 인사였다. 지난밤을 보살펴 주는 다정한 말은 언제부터 안부 인사가 되었을까. 누구나 잠을 자지만 아무나 ‘잘’ 자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난 후부터 아니었을까.

잠을 자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필요한데, 멜라토닌은 어두울 때만 분비되기 때문에 충분히 어두운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형광등을 켜놓고 잠들었다가 쪽잠을 잔 것처럼 개운하지 않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밝은 환경에선 잠을 깊이 자기 어렵기 때문이다. 적당한 조명 외에도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어야 한다. 너무 시끄러워서 방해 받거나 너무 적막해서 시계의 초침 소리가 신경을 거슬러도 안 된다.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없어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사람은 잠을 자며 깨어있는 동안 수집한 정보들을 정리하고 필요 없는 정보는 처리해 기억력을 강화한다. 호흡과 맥박을 감소시켜 신체를 휴식상태로 만들고 손상된 세포들을 복원하기도 한다. 어쩌면 잠은 매일 새로 태어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숙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에 슬립테크(Sleep Tech) 관이 따로 설치되었을 정도로 과학적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수면을 돕는 기기들이 각광받고 있다. 수면을 도와주는 매트리스, 베개, 헤어밴드 등 다양한 제품 중에서 눈에 띄는 제품이 있다. 목걸이 형태의 수면 개선 기기 아모플러스가 그것이다.

우연과 필요성이

터닝포인트가 되다

웨어러블 수면 디바이스인 ‘아모플러스’를 개발한 아모랩의 김민규 대표가 처음부터 수면의 가치에 주목했던 건 아니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화학과 분자세포 생물학을 공부한 그는 다양한 전공의 한국인 유학생들과 친목을 다지다가 각자의 분야를 적용할 수 있는 연구 개발팀을 만들었다. 마침 핏빗(Fitbit), 조본(JawBone)과 같은 생체측정장치가 미국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던 참이었다. 그들은 생물학, 화학, 컴퓨터공학을 이용해 측정을 넘어 신체기능을 ‘개선’해주는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미세한 전자기 신호로 뇌 신경을 자극해 통증과 같은 신체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MP3 플레이어를 개조해 담뱃갑과 비슷한 크기의 전자기발생장치를 만든 어느 날, 우연한 발견이 그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했다. 팀원 중 한 명이 실수로 켜진 기기를 옷 주머니에 넣고 집에 가다가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야 장치를 발견한 그는 처음에는 기기 발열로 생각했지만 다음 날 기기에 내장된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HRV(심박변이도, Heart Rate Variability)가 변화한 것을 알아냈다. 외부 반응에 민감한 그는 발열이 아니라 기기가 신체에 작용해 가슴 부위의 따뜻한 느낌을 감지한 것이다. 심박수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이를 이용해 신체를 활성화시키거나 이완시키는 것 또한 가능했다.

연구팀에 학업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겪던 팀원이 있던 것도 아모플러스 개발에 속도를 붙였다. 학업과 연구를 병행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불면증을 얻어 다시 예민해지는 악순환을 겪던 그가 가장 자주 하던 말은 단 하루라도 푹 자고 싶다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제품의 첫 번째 피실험자가 되었다. 휴학까지 고민하던 그는 나흘 뒤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말수가 늘고 컨디션이 회복되는 게 눈에 보였다. 불면증으로 인한 문제들이 해결되자 학업과 개발에도 복귀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친구의 변화를 보며 아모플러스가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꼭 필요한 기술이 될 수 있음을 확신했다. 이는 곧 아모플러스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웨어러블 수면기기로

잠의 균형을 바로잡다

아모플러스가 수면을 유도하는 원리는 부교감 신경의 일종인 미주신경을 자극해 신체의 균형을 바로잡는 데에 있다. 우리 몸에는 심장박동이나 호흡, 소화처럼 자동적인 신체활동을 담당하는 ‘자율신경’이라는 것이 있다. 자율신경은 흥분과 긴장을 담당하는 교감신경, 휴식과 이완을 담당하는 부교감 신경으로 나뉜다. 이들은 신체를 촉진하고 억제하며 신체기능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때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면 문제가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증상이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다. 미주신경은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모플러스는 cVES(경흉부 미주신경 전자기 자극술) 라는 핵심기술을 이용해 미세한 전자기 신호로 목과 가슴 부위에 분포한 미주신경을 자극해 수면을 유도한다.

자율신경계가 이상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스트레스와 노화다. 흔히 나이가 들면 아침잠이 줄어든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들은 잠을 잘 자는 것만으로도 개선될 수 있지만, 노인들의 수면 문제는 그 중요성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아모랩의 팀원들은 이를 순리가 아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인식했다. 실제로 만성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노인층에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아모플러스의 가능성이 기대되는 이유다.

아모플러스는 약 10g의 소형기기로 저자극성 실리콘 재질의 줄에 달아 목걸이처럼 착용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모플러스는 ‘수면 중’에 사용하는 기기가 아니다. 사람에 따라 개인차는 있지만, 일상생활을 하면서 30분 정도 착용하고 벗어두면 숙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슬립테크 제품은 착용감 혹은 사용감이 중요한 데 반해, 아모플러스는 수면 중에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런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단 하루의 사용만으로 효과가 2~3일 이상 지속되는 것도 장점이다. 매번 잠자리마다 사용할 필요가 없어 번거롭지 않다. 아모플러스의 또 다른 특징은 ‘비침습’을 넘어 ‘비접촉’ 기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은 수술로 신경에 직접 자극 장치를 이식하는 방법, 혹은 약물치료가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나 비용적 부담이 따른다. 발전을 거듭해 몸에 붙이는 것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비침습’ 기기가 개발되었지만 ‘비접촉’ 기기는 아모플러스가 유일하다. 장치에서 발생하는 전자기 신호가 반경 9인치(23cm)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모플러스는 몸에 밀착되지 않는 목걸이 형태로 개발될 수 있었다.

“5분만 더” 외치던

당신의 아침이 바뀐다

‘아모amo’는 라틴어로 두 가지 뜻이 있다. 사랑한다는 뜻과, 신의 가호와 자비가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좋은 잠이야말로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해주는 살뜰하고 그리운 간호부”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행복의 원천은 매일 밤 우리 머리맡에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아모랩은 cVES기술을 통해 제대로 된 의료 시스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건강과 행복을 찾길 바라고 있다. 실제로 아모플러스는 해외 박람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현재 투자와 판매 계약을 협의 중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을 입증하고, 유럽 CE, RoHS, 미국 FCC 및 한국 KC 인증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했기에 머지않아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아모 ‘플러스’ 라는 제품명에서 볼 수 있듯 기능과 분야의 확장성 또한 기대해 볼 수 있다. 현재의 USB 충전방식 대신 무선충전 기능을 추가하고, 목걸이 외에 옷에 꽂을 수 있는 클립 형태를 개발 중이다. 또 생체측정 센서를 내장해 수면 측정과 개선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향후에는 수면 외에 면역력 증진, 혈액 순환 개선을 위한 웰니스 제품, 불면증, 우울증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의료기기 제품 또한 출시할 예정이다.

당신이 오늘 밤 푹 잔다면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매일 아침 천근만근이었던 몸이 한결 가벼울 테고, “5분만 더”를 외치며 뒤척이던 몸을 5분 더 일찍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출근 지하철을 놓치지 않을 것이고,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 커피 한 잔 살 여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은 당신은 어제보다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이고 더 친절하게 전화를 받을 것이다. 점심시간을 쪼개 부족한 잠을 채우기보다 동료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질 것이다. 평소보다 더 많이 웃게 될 것이다. 뿌듯하게 하루를 채운 당신은 기분 좋은 노곤함에 또다시 꿀잠을 잘 것이다. 가장 간단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충분한 잠’은 당신의 하루를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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