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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가죽의 부활

날씨가 쌀쌀 해지면 옷장에서 가죽 자켓을 꺼낸다. 멋스러운 분위기와 바람을 막아주는 따스함, 부드러운 질감까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겨울철 아이템이 바로 가죽이다. 입을 때는 몰랐지만 문득 생각해보면 우리가 입는 가죽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가죽이 쓰이게 될까? 완제품을 만들기 전에 시제품을 샘플링하고 만족스러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수정 작업을 거치다 보면 만들다 남은 가죽 원단들이 쌓여 산을 이룰 정도다. 흠집 하나 없이 온전한 상태인데도 버려졌다는 이유로 매립하거나 태워버리고 가죽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다시 반복된다. 의류 산업군에서 일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에이제로레더의 김송이 대표는 의류공장에 사용하고 남은 가죽들이 너무 아까웠다. 남은 가죽들은 갭, 바나나리퍼블릭, 레겐봄, 마크제이콥스 등 고급 의류를 만들기 위한 가죽이어서 굉장히 고품질이고, 살에 직접 닿기 때문에 얇고 부드러운 가죽이다. 그녀는 의류 현장에서 배웠던 디자인, 기획 경험을 살려 가죽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

가죽에 대한 관심으로 의류학과 수업 이외에 그녀가 직접 찾아가 배운 것은 딱딱한 질감의 가죽을 다루는 통가죽 위주의 가죽 공예였다. 지금 그녀가 다루고 있는 고급 양가죽 느낌과는 다르지만, 디자인을 할 때 생각하는 방향이 넓어지고 가죽을 다루고 이해하는 방법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녀가 처음 만든 제품은 DIY 가죽 파우치 키트였다. 누구나 기본적인 공구만 있으면 그녀가 만든 도안과 설명서를 보고 쉽게 바느질하듯이 나만의 가죽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첫선을 보인 전시장에서 DIY키트의 반응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은 DIY로 완성된 샘플을 사고 싶어 했다.

내 가방의 이름은?

A3.8 페이퍼백

세상에는 수많은 처음이 존재한다. 첫 걸음마, 첫 셀카, 첫 취직, 인생 첫 가죽 가방. 누군가에게는 기념일에 선물 받은 명품 가죽 가방일 수도, 직접 만든 DIY 가죽 가방일 수도 있다. 어떻게 처음을 맞이했든 처음은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물건임이 틀림없다. 에이제로레더는 마치 애장품에 나만의 의미를 붙여 마음속에 간직하듯 새로 만드는 제품마다 고유의 번호와 이름을 붙여주었다.

에이제로레더의 가방들은 ‘국제표준 용지규격’ 일명 A0사이즈에 맞춰 가죽을 재단한다. A3.8 페이퍼백은 A3사이즈 규격으로 만든 여덟 번째 가방이라는 의미다.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많이 쓰는 레포트 혹은 보고서를 담기 딱 좋은 사이즈이다. A2, A3, A4 등 실제 사이즈를 가늠하기 좋게 이름을 붙여 누구나 그 가방의 이름을 보면 사이즈와 생김새, 쓰임새를 쉽게 알 수 있다.

가죽이란 게 한 번 재봉틀이 지나가면 구멍이 나서 불량률이 많기 때문에 에이제로레더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제품 라인을 넓혀 나가고 있다. 완제품 가방을 만들기 시작한 초기에는 미니멀한 느낌의 에코백 디자인 가방을 많이 만들었다. 현재는 종이 쇼핑백처럼 생긴 페이퍼 백, 장바구니처럼 생긴 슈퍼 백, 아담한 도시락이 들어갈 것 같은 런치 백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느낌의 아이디어로 가방을 만들면서 실용성을 더하는 중이다.

Only One for me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특별함이 있다는 것은 스스로를 더욱 빛나게 한다. 사람 피부 결이 다 다르듯이 가죽도 같은 생산 가공 법으로 만든 가죽이라도 느낌이 전부 다르다. 같은 디자인의 가방을 만들어도 느낌이 다 달라지기 때문에 디자인에 맞는 가죽을 선별하는 작업은 무척 중요하다.

그녀는 가죽을 샘플로 줄 때 주의 깊게 살펴보고, 가죽 회사를 방문해서 다시 한번 체크한다. 꼼꼼하게 가죽을 고르는 이유는 한 장의 가죽 안에서 부위별로 주름진 모양이 다르고, 사용하고 남은 것을 모아 제작하다 보니 추가로 생산하기도 어려워서 가방이 한 두 개 정도밖에 안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죽을 골라 가방으로 만들었을 때의 느낌도 천차만별이다. 두께감도 다르고 촉감도 다채롭다. 어떤 것은 소프트하고 어떤 것은 빈티지한 느낌이 난다. 가죽의 색감도 스펙트럼이 다양해 같은 브라운 계열 가죽이라도 40개 50개까지 색이 달라져 그녀는 가죽 선별에 신중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일단 가죽 자체의 느낌이 좋아서 원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 것 같다면 만들어본다. 그녀는 에이제로레더의 제품을 사랑해주는 고객을 생각하면서 늘 도전하는 마음으로 에이제로레더를 이끌고 있다.

일상에 스며드는

가방을 만들다

처음 가죽 가방을 샀을 때가 기억이 난다. 회사 면접을 보러 갈 때 들기 위한 가방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A4사이즈의 자기소개서 파일이 들어갈 만한 검은색 가죽 가방이었다. 튼튼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라 좋았지만, 너무 무겁고 가죽을 관리하기가 어려워서 평소에 자주 사용하지는 못했다. 기존의 가죽 가방이 가진 장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편하게 자주 들고 다닐 수 있는 가죽 가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에이제로레더는 이러한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고급 가죽 제품으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가격을 낮춰서 일상생활에서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가죽 가방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 불필요한 장식 부분은 버리고 남겨야 할 부분은 남기는 심플한 디자인을 통해 공임을 효과적으로 줄였고, 좋은 퀄리티의 가죽을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기존 가죽 가방 보다 훨씬 저렴하다. 가죽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가죽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앞으로는 가죽과 다른 소재들을 결합해서 자투리 가죽들을 더욱 활용하고 가방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상 가죽 소품들을 만들 계획이다. 에이제로레더가 추구하는 방향은 일상과 늘 함께하는 브랜드이다.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가죽 제품이 필요할 때 ‘에이제로레더라면 그런 제품도 있을 거야.’ 하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브랜드로서 가죽처럼 부드럽게 그리고 튼튼하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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