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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한 장면

등대사진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소중한 의미가 담긴 물건들이 있다. 옛 책을 펼치면  자신이 책에 적어 놓은 글귀에 애착이 가듯 이곳 등대사진관에는 두 대표의 이야기가 담긴 아날로그 물건들이 가득하다.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국내 최초로 19세기 습판사진 기술을 도입하여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등대사진관에서는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30분을 기다려야 하지만 기다린 수고만큼 19세기 때 찍었던 사진과 똑같지만 하나뿐인 감동적인 아날로그 사진을 가질 수 있다.

습판사진이 기존 흑백 사진과 다른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사진기로 짧은 시간 안에 수십 컷을 찍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후반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30분 안에 불완전한 습판사진을 예측하고 사진에 대한 열정과 인내심으로 촬영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20년 동안 사진기자로 일했던 등대사진관의 두 대표도 습판사진 기술을 익히는 데 무려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이 걸릴 정도로 습판 촬영은 까다롭다. 하지만 현상되어 나온 사진은 세상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날로그 기술의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은 입자로 인해 사진 표면은 광택이 아닌 은은한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양 테두리는 불규칙한 얼룩이 있어 한 장의 사진에 옛 느낌의 모든 감성이 살아있다.

손 떼 묻은

진정한 아날로그

등대사진관에는 옛 물건들이 많다. 마룻바닥은 리모델링 공사로 철거된 바닥을 가져왔다. 나무에 박힌 수만 개의 못을 뽑아 실내장식에 사용할 정도로 등대사진관의 두 대표도 아날로그를 좋아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신설동 풍물시장을 돌아다니며 습판사진 촬영에 딱 맞는 카메라를 찾아다녔다. 카메라를 사면 알맞은 렌즈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했다. 해외 출장을 가면 언제나 벼룩시장을 돌아다니고 인터넷에 습판사진 장비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하나둘씩 습판사진 장비를 갖춰갔다. 습판사진 장비들이 처음 것과 지금 것이 맞지 않지만 쓰지 않고 있는 것들에 더 애착이 가는 이유는 그 시절 힘들었던 경험 때문이라고 한다.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한 모든 작업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현상에 필요한 화학 재료는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처음에는 해외에서 습판사진을 찍는 작가들이 있어 소규모로 유통되는 약품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을지로와 청계천 일대를 돌아다니며 화학약품을 사고, 습판사진을 현상하는 약품 사용 방법을 공부하며 터득해 갔다.

이렇게 힘든 과정에서도 아날로그 사진을 고수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는 사진에는 다시 찍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절실함이 빠져 있다. 아날로그 사진을 통해 사진의 독창성과 예술성을 되찾고 싶었다.

“힘들지만 습판사진을 찍으면 진정성과 열정이 살아나요. 한 컷을 찍는 데 30분이 걸리지만 좋은 사진을 찍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집중할 수 있어요. 아무리 익숙해져도 불안정한 프로세스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찍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 모두 이 과정 때문에 사진을 진지하게 생각해요. 저희는 이 작업 방식이 상당히 마음에 들고 힘들어도 결과물을 보면 훨씬 즐겁습니다.”

사진 예술가에

100% 만족은 없었다

습판사진을 찍는 동안 100% 만족은 없었다고 한다. 30분이면 1000컷을 찍고 예쁜 사진을 골라 후반 작업을 할 수 있지만, 등대사진관은 30분 동안 단 한 장의 습판사진을 찍는다. 후반 작업은 없다. 단 한 순간 가장 행복한 표정을 찾고 인생에서 영원히 남을 한 컷에 열정을 쏟아 실수 없는 한 장을 찍어내야 한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찍어도 사진에 예상치 못한 얼룩이 생기면 다시 찍어야 한다.

손님은 또다시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습판사진 앞에서는 사진 기술보다 좋은 사진을 찍겠다는 마음가짐과 집중이 더 중요하다. 등대사진관의 두 대표는 어렵지 않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이 과정을 해결하면 국내 최초 습판사진 사진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100% 완벽한 사진은 나올 수 없지만 100% 완벽한 사진을 찍겠다는 마음으로 습판사진기 앞에서 셔터를 누른다.

등대사진관의 바닥에는 아직도 습판사진을 찍기 위해 약품을 실험했던 얼룩덜룩한 흔적들이 남아있다. 옛것을 찾고 사진에 대한 진정성을 찾으려 했던 등대사진관의 노력을 대신 보여주는 듯하다. 등대사진관이 디지털보다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날로그 만이 사람의 속도와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속도이기 때문이다.

등대사진관은 세상에 없는 단 한 장의 습판사진으로 사람들에게 아날로그의 감성과 사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전해주고 있다.

아날로그 그 이상의 가치, '등대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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