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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에 남은

아빠의 청춘 컬러

아빠의 청춘은 컬러였다. 다만 그 시절 아빠의 청춘에 대한 기록은 흑백사진에 담겨 있을 뿐이다. 흑백 티브이로 새로운 미디어를 경험하고 흑백 사진으로 아빠의 청춘은 기록되었지만 컬러 티브이 같은 화려한 연애는 극장에서 시작되었다.

흑백 tv가 보급된 첫 세대들에게 연애의 장소요, 사교의 장소로 영화에 대한 첫 경험을 제공해 주었던 미림극장이 있던 자리는 1957년 평화극장의 천막 영화가 상영되던 자리였다. 작은 영사기 불빛이 스크린에 쏘아지면 인천 시내에 있는 아이들부터 고교생들까지 작은 영사기 앞으로 모여들어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명장면과 눈부신 배우들의 명연기로 그 시절 현실의 고달픔과 가난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영화의 감동은 힘겨운 청춘을 위로해 주고 새로운 청춘의 사랑을 시작할 힘이 되어 주었다.

평화극장의 이름이 미림극장으로 바뀌고, 약간은 불량한 듯 날이 서도록 다림질한 빳빳한 구레빠 교복과 각 잡힌 모자로 멋을 낸 고교생들이 극장 앞에서 표를 끊고 기다렸다. 저 멀리 삼삼오오 영화를 보러 온 또래 여학생들을 수줍게 힐끗힐끗 쳐다보며 말을 걸어볼까 상상하며 영화에 푹 빠졌던 청춘의 시간을 미림 극장은 기억하고 있다.

인천 구도심의 스무 개 남짓한 영화관 중에 대로변 방향으로 영화관 입구가 있는 미림극장은 인천시민들에게 첫 영화를 본 추억을 주었던 장소였다. 인기 영화가 시작되면 소문도 없이 영화를 보러 온 젊은 청춘과 여학생들의 연애 장소로 젊음의 해방구 역할을 해 왔다. 미림극장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영화가 주는 감동과 소통의 힘을 믿고 이 자리를 굳게 지켜가고 있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무너진 10년

상권의 변화와 발달로 구도심 상권이 무너지고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등장으로 미림극장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잊혀 갔다. 그 시절 영화가 사람들에게 주었던 추억과 영화가 주는 힘을 지키려 했던 미림극장은 운영상 어려움으로 2004년 문을 닫게 되었다.

그동안 인천시민들에게 영화에 대한 첫 경험을 주며 지금까지 이어온 미림극장의 역사적 맥은 끊겨 버렸다. 한때 이곳에서 자신의 청춘과 함께 보낸 영화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미림극장을 찾아오는 어르신들의 발걸음도 멈춰 버렸다. 영화에 대한 어르신들의 추억도, 갈 만한 극장도 없어져 버린 셈이다.

약 10년간 폐쇄되었던 미림극장은 2013년 10월 ‘노인의 날’에 갈 곳 없는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영화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해 영화의 역사적 추억들을 다시 시민들에게 되돌리고 고전 영화의 아름다운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다시 문을 열었다.

영화 역사와 추억들을

시민들에게

오래된 영화들은 기술적으로 조금 느리고 답답하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과 같이 빠른 시대에는 조금은 번거롭고 어려웠던 것들이 추억이 될 때가 있다. 미림극장은 디지털이 주지 못하는 옛 영화의 매력과 추억을 전달하고 있다. 주로 50년대 60년대 외국 고전부터 한국영화까지 한 달에 적게는 8편 정도 많게는 20편 정도 상영한다. 지금과 다른 감성과 정서가 담긴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 속 이야기는 새로운 아날로그 추억과 감성을 전달해 준다.

1957년부터 영화와 함께해온 미림극장에는 영화 역사와 함께한 소중한 보물이 하나 있다. 공사 중 옥상 지붕에서 우연히 발견한 허름한 상자에는 30~40년 전 직원들이 소중하게 간직했던 영화와 관련된 장부들과 영화 티켓 그리고 영화광고 필름들이 들어 있었다.

미림극장은 젊은 세대에게 고전 영화와 미림극장의 역사를 알려주고자 영화 기록물들을 3층 상설 전시실에 전시해 놓았다.

오늘의 추억은

내일의 힘이 된다

미림극장은 어르신들에게는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는 영화역사 체험과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꿈나라 문화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영화예술, 영화교육,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영화의 역사적 맥을 이어가는 장소가 되었다.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영화제작동아리, 연극동아리, 더빙극장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하여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다. 젊은 시절 미림극장의 팬들은 백발이 되었지만, 미림극장에서 젊은 연애 시절을 보냈던 추억을 떠올리며 프로그램에 참석해 활기찬 인생을 즐기고 있다.

미림극장은 단순히 추억을 회상하는 장소에 머물지 않고 ‘오늘의 새로운 추억이 내일을 살아갈 힘’임을 전달하고자 한다. 어르신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미림극장은 항상 가슴이 벅차다. 문화예술이 풍성하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숲 미림극장으로 언제나 사람들 곁에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역사와 추억을 시민들와 함께 '미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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