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찾는 시간

청춘의 희망과 기록도 만들지 못하고 취업으로 갈팡질팡하는 청춘시대, 누구에게나 취업은 힘겹다. 10년 전에도 일자리는 구하기 힘들었다. 한 번을 휴학하고 군대 제대 후 그가 다시 재입학 했을 때 동갑내기 친구들은 4학년이 되어 취업 공부를 하고 있었다.

스물일곱 늦은 나이에 불편한 1학년을 보낸 그는 자신의 삶이 무엇인가에 끌려 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졸업 후 취업하기 위해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선택해야 하는 회의감이 크게 들어 지금의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으면 막막한 인생이 바뀔 것 같지 않아 인생에서 희망을 찾는 시간을 선택했다.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바꾸고 자신의 희망을 찾고 싶어 세계를 향해 희망을 묻기 위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자전거를 타고 사람들에게 ‘희망이 무엇인지’ 묻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면 제 희망과 진로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건축현장에서 모은 돈 220만 원 정도를 들고 자전거 세계 일주를 떠났습니다.”

희망을 묻고

희망을 알아가다

중국에서 시작된 그의 첫 일정은 쿤밍으로 가는 길이었다. 하늘의 구름과 맞닿아 그의 길을 막고 서 있는 2000m 천량산이 길 앞에서 침묵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물었다. 왜 세계 일주의 첫 코스로 중국을 선택했냐고 물었을 때 그는 대답했다. 이곳을 오르면 세계 일주의 반은 끝났다고, 세계 여행을 떠나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아니다. 그는 희망을 찾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를 막고 있는 거대한 산을 향해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한 번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면 뒤는 바라볼 수 없고 멈출 수 없다. 길을 떠났을 때 그의 마음에 남았던 불안과 사람들의 말은 힘겹게 밟고 가는 자전거 페달과 그의 거침 숨소리에 사라져 갔다. 마치 한 마리의 개미처럼 장엄하게 펼쳐진 길을 따라 자전거는 산을 향해 달려갔다. 가끔 바퀴를 굴리는 페달을 멈추고 싶었지만, 언덕길에서는 멈출 수 없었다. 짐이 실린 자전거는 흔들거리며 그의 희망 찾기에 대한 열정만큼 구르는 자전거의 두 바퀴는 밤이 찾아와야 멈췄다.

부서지는 몸과 뜨거운 태양에 녹을 듯한 그의 자전거는 흔들림 없이 서 있는 산의 어둠과 한 몸이 되어 고요해졌다. 여행을 떠난 시간이 길어질수록 혼자만의 침묵은 길어졌다.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자 내면의 소리가 자신을 깨우듯 자신에게 묻던 희망에 대한 메시지들은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순간부터 한 번도 그의 곁을 떠난 적이 없다.

3일이 지나 천량산을 넘어 사람들과 만났을 때 그의 희망에 대한 갈증은 더 깊어졌다. 사람들에게 더 간절히 묻고 싶었다. 처음에는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예측하지 못했다. 처음 외국인들에게 희망에 관해 물으면 세계 평화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거창한 희망도 있었다. 보통은 소박하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며 내 주위에 소중한 사람들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이 더 많았다.

그는 희망이 무엇인지 묻는 과정에서 어렴풋이 “희망은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라는 마음을 느끼며 희망을 알아가고 있었다.

“밥도 먹고 자고 가도 괜찮아”

쿠바

대한민국에서 그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박정규다.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직업을 선택하면 그는 무슨 일을 하는 박정규로 표현된다. 하지만 그가 자전거 여행을 하는 동안 그는 희망을 묻는 여행자다. 어쩌면 그는 박정규보다 희망을 찾는 박정규가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세계여행을 떠나는 동안 35개국 300명의 사람에게 희망을 물었던 희망 노트에는 매 순간 밤이 찾아오면 잠잘 곳을 찾고 도움 받을 곳을 찾기 위해 만났던 수많은 세계인의 희망이 적혀 있다.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을 때 외면 받았던 순간도 있었지만 3년의 긴 시간 동안 그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의 모습은 마음에 기록되고 그의 기록에 남아 희망이 되어 주었다.

쿠바에 도착했을 때 쿠바는 마음이 가난한 나라가 아니었다. 가난한 사람, 도움이 필요한 나라, 혁명으로 불안한 나라로 언론을 통해서 보여 지던 쿠바의 모습은 편견이었다. 쿠바에 사는 사람들의 진정한 모습은 따뜻함이었다.

밤이 오면 지친 하루를 쉴 캠핑 장소를 찾기 위해 마을로 들어가야 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캠핑 할 곳이 없어 도움을 받기 위해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여기 캠핑 할 곳이 있을까요” 물으면 쿠바 사람들은 그를 가족처럼 반겨주며 문을 열어 주었다. 마치 먼 사촌이 비를 맞고 찾아왔을 때처럼 수건을 건네며 추우니까 샤워를 하고 밥을 같이 먹자고 얘기를 건네며 따뜻한 밥과 자신의 보금자리를 내주었다. 몇 분이 되지 않아 외국 사람이 왔다는 이야기가 퍼지면 다음 날 아침이면 쿠바 마을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따뜻한 이들에게 희망을 묻고 희망을 적어 내려가며 선한 도움을 준 희망을 자신의 마음에 남겼다.

3년 희망..

그러나 여행자에 대한

낯선 시선들

자전거 희망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도착했을 때 이미 긴 휴학으로 제적이 된 상태였다. 한순간 졸업 못 한 대학생이 되었다. 상황은 자전거 여행 전보다 더 안 좋아졌다. 가족들은 그에게 더는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며 충고했다.

3년 동안 진로와 희망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시간들은 주변 사람들이 봤을 때는 한국에서 살기 힘드니까 잠시 해외에 도망갔다 왔다는 현실 회피로 여겨졌다. 자전거를 타고 희망 노트를 적어가며 3년을 보낸 시간은 사람들에게 외면 받았다.

그가 찾고 묻던 희망은 현실에 쫓겨 사라져 버리고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창업도 했지만 일에서 희망을 찾지 못해 그만두었다. 또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88세대 책을 읽게 되었다. 진로에 대한 멘토링을 받고 싶어 책에 참여한 교수님을 만나 지금의 하자센터를 알게 되었다. 자신의 경험을 청소년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력서를 지원하고 하자센터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하자센터 청소년들에게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매일 준비하고 기획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변하거나 회사의 변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는 내가 버틸 수 있겠냐는 걱정으로 변해갔다. 점점 체력적으로 지쳐가며 그의 희망 자전거는 그의 마음과 멀어져 갔다.

여행이 준 희망을

지금 전하다

그의 아침 출근길은 길다. 늦은 야근의 피곤함이 다음날까지 쌓여 피곤함을 이겨내며 버스와 지하철에 몸을 싣고 일산에서 영등포까지 출근한다. 사람들을 바라보면 대부분 피곤이 덜 깬 나른한 표정이거나 약간은 무기력하고 딱딱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갑자기 그는 “사람들의 표정을 희망으로 바꿀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첫 세계 여행을 향해 셀레임과 두려움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고 떠난 3년 동안의 긴 여정에서 희망을 묻고 희망을 얻었던 자신의 모습이 기억이 났다. 다시 그가 희망자전거의 페달을 힘차게 밟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탄 지 100일 정도가 지나자 20만 원 정도가 모였다. 그는 하자센터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줄 아이디어를 찾다 그의 희망 수첩에 소중하게 적힌 쿠바 사람들이 그에게 준 고마운 희망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다.

한 번도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 적 없는 버스 기사분들을 하자센터 청소년들과 함께 찾아가 그분들에게 고맙다는 손편지와 운전을 하면서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준비해 전해주었다. 이것이 그의 첫 ‘오라이 프로젝트’가 되어 그가 받은 희망을 다시 전달할 수 있는 희망프로젝트가 되었다.

물론 남을 돕는 과정은 어렵지만 자신이 작은 손해를 봐도 타인을 믿는 마음인 ‘타신감’을 갖고 그는 언제나 남을 돌봐 주고 도움을 줄 때 마음 속에 따뜻한 온기인 정전기를 느낀다고 한다. 자신의 선행이 특별한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쿠바 사람들처럼 일상이 되어 누군가의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자연스러운 선행이 많아지기를 그는 바라고 있다.

그는 이제 여행을 통해 얻고 묻던 희망을 그의 희망자전거에 싣고 “오늘은 누구를 도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아침 출근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이제는 일 이외에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희망전달자가 되어 희망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희망을 배달해주고 있다. 그의 희망자전거에 가득 찬 희망은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뜨겁다.

희망 자전거 여행, '박정규'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