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디렉터가 되다

어린 시절 안방에는 항상 부모님의 결혼식 사진이 있었다. 내가 모르던 시절의 젊고 빛나는 어머니 아버지가 새하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 입고 어색하게 서있는 낡은 액자 속 사진이었다. 촌스러움에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두 분의 젊은 시절 가장 설레고 소중한 순간을 간직하고 추억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부모님의 결혼식 사진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보고 자랐다. 누구나 집에 결혼식 사진이 한 장쯤 있을 거라는 편견이 깨진 것은 다문화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봉사 활동을 갔을 때였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저희 부모님은 집에 결혼 사진이 없어요.” “저희 부모님은 결혼식을 못 올렸다던데요?” 라는 아이들의 말을 들었을 때, 왜 이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결혼식을 올리지 못 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때부터 다문화 가정을 방문해 이주민 분들을 직접 만나 뵙고,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부분 국제결혼 중매를 통해 한국으로 온 분들이 많았는데, 합법적인 비자를 받으려면 그 쪽 나라에서 결혼을 한 사진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중매 업체를 통해 드레스나 전통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는다. 그게 그 분들의 결혼식이었다. 굳이 한국에서 큰 돈을 들여가며 결혼식을 올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도 이미 국제결혼을 준비하면서 남편이 돈을 많이 썼기 때문에 돈이 없어서 못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녀는 만약 결혼식을 못 올리는 게 경제적인 문제라면 저렴한 결혼식을 만들어서 이 분들이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돕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어린 나이였던 그녀는 결혼식 참여 경험도 별로 없어 결혼식 진행에 필요한 구성 요소가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결혼식 상담을 받는 것처럼 결혼 박람회에 직접 참가해서 정보를 얻기도 했다.

처음 준비하는 결혼식이라 많이 서툴렀지만 신랑 신부에게 꼭 맞는 컨셉으로 기존 보다 훨씬 저렴한 결혼식을 만들기 위해서 식장, 사진, 메이크업 등 하나하나 구성요소들을 직접 구상하며 자신만의 웨딩 패키지를 만들어 나갔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결혼식 당일 결혼식이 마무리될 때까지 모든 일들을 감독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스스로 웨딩 디렉터라고 이름을 붙였다.

신랑 신부의 이야기를 연결해

특별한 결혼식을 완성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은 ‘스몰 웨딩’이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된 것은 유명 연예인들의 결혼식이 이슈가 된 이후이다. 스몰 웨딩은 정의를 하나로 특정하기가 어렵다. 기존의 결혼식처럼 웨딩홀에서 하지 않고, 가까운 지인들만 부르는 규모가 작은 결혼식이거나 준비 비용이 적게 드는 저렴한 결혼식이거나 나만의 개성을 담은 독특한 결혼식일 수도 있다.

그녀는 다문화 가정 신랑 신부의 결혼식을 진행하면서 생긴 노하우를 바탕으로 범위를 넓혀 본격적으로 스몰 웨딩을 디렉팅하게 되었다. 신랑 신부의 개성을 담은 특별한 결혼식을 만들기 위해서 신랑 신부와의 미팅을 통해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연애를 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사소한 취향까지 꼼꼼히 파악해 결혼식의 컨셉을 잡는다. 숲 속 하이킹을 좋아하는 신부의 결혼식은 숲 속에서, 서핑을 좋아하는 신랑의 결혼식은 바닷가에서, 국제 커플 같은 경우 한국적인 미를 살려서 한옥에서 진행했다. 의미 있는 장소에서 결혼식을 할 때 더 소중한 기억으로 남고 나중에 그 장소에 다시 가보면서 추억 여행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랑 신부의 취향에 맞춘 개성 있는 결혼식을 준비하다 보니 당연히 두 사람의 참여도도 높다. 결혼식 당일 식장을 보면서 바꾸고 싶은 점이나 추가하고 싶은 점이 있으면 얘기를 하기도 한다. 피로연 때는 하객들이 식사만 하고 그냥 가는 게 아니라 모두가 같이 게임을 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한다. 와인을 마시면서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행사가 아니라 동네 잔치처럼 모두가 즐기는 소통의 장이 된다.

꿈의 결혼식을

현실로 만들다

꿈의 결혼식이란 무엇일까? 빛나는 수많은 조명들과 싱그러운 생화로 장식한 멋스러운 결혼식 혹은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 시끌벅적한 결혼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만드는 꿈의 결혼식은 두 사람의 인연이 새롭게 시작하는 소중한 순간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의 결혼식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의 큰 결혼식 문화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저렴한 옵션조차 없었다. 선택권이 없어서 결혼식을 못 올리는 현실이 안타까웠던 그녀는 무료 결혼식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이 어렵지 않고 누구나 결혼식을 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꿈의 결혼식은 다문화 가정의 이주민을 비롯해서 저소득층 가정이나 장애인 등 결혼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지역의 봉사 단체나 이주민 센터 등에 공문을 보내면 그 곳에서 적합한 분들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주민센터에 포스터를 부착하거나 온라인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신랑 신부의 사연을 듣고 왜 결혼식이 필요한지, 결혼식을 하게 되면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필요성을 보고 대상자를 선정한다.

일반 스몰 웨딩 결혼식에서 들어오는 수익 중에 일부분을 모아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처음 웨딩 디렉터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이자 그녀가 준비한 첫번째 결혼식이기도 했던 다문화 가정의 결혼식은 꿈의 결혼식으로 계속되고 있다.

결혼이란,

인생을 함께 하는 소중한 동반자가 되는 것

인생에 한 번 뿐인 결혼이란 말이 있다. 한 번 밖에 없는 소중한 일이기 때문에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래서 결혼 준비에 문제가 생기면 절망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에도 나이가 들어서, 주변에서 하라고 하니까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남들이 보기 좋은 결혼식을 준비하다 보면 웨딩 패키지의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도 모른 채, 중간 수수료가 많이 붙고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그녀는 온라인에서는 절대 알 수가 없고 방문 상담을 가서도 패키지 전체 가격만 알려 주는 기존 웨딩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사 홈페이지에 결혼식 구성 요소들의 정확한 금액을 공개하려고 준비중이다. 결혼식 비용의 거품을 뺀 저렴한 옵션부터 기존의 결혼식 보단 저렴하지만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비싼 옵션까지 다양하게 제안을 하고 사람들의 필요에 맞춘 실용적인 결혼식 구성으로 신랑 신부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친근한 결혼식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150여 커플의 결혼식을 진행하며 결혼에 대한 철학이 생겼다. 결혼은 신랑 신부가 만나서 동등한 파트너가 되는 것, 한 쪽이 더 힘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 좋은 일도 함께, 나쁜 일도 함께 하며 인생을 걸어가는 소중한 관계라는 인식을 마음에 새기고 결혼을 준비하라고 예비 신랑 신부에게 당부하고 있다.

연애도 힘들고, 결혼도 힘든 요즘, 웨딩 디렉터로 살아가는 그녀는 관계에 대한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작지만 큰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 밤낮없이 노력하며 사람들에게 착한 결혼식 문화를 전하고 있다.

웨딩 디렉터, 김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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